다시금 화두에 오른 해병대 준4군 체제
각 군의 이해관계에 따른 반대 의견 제시
미 해병대처럼 장기적인 전력 강화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해병대 준4군 체제 개편이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방부 내년도 업무 보고 자리에서 해병대 준4군 체제에 대해 언급하며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핵심 요구 사항을 확인했다.
해병대의 위상 제고를 위한 준4군 체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해병대 준4군 체제를 내걸었지만 해병대와 관련한 대선 공약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그 이전의 대선에서도 해병대 4성 장군이나 해병대 독립 등의 공약이 지속해서 등장한 바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해병대와 관련한 공약을 강조하는 이유는 해병대의 기형적인 작전 구조 때문이다. 해병대는 해군 예하로 편성되어 있으나 해병대 사령관은 3성 장군임에도 일군의 사령관이란 점에서 4성 장군에 준하는 의전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 1·2사단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없었으며 해당 사단은 육군의 작전 통제를 받고 있다.
특히 해병대 2사단의 경우 육군 2.5개 사단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작전 커버를 단독으로 책임지고 있음에도 육군이 필요시에만 작전 통제를 강조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역대 대통령들은 해병대의 위상 제고를 위한 각종 당근책을 제시해 왔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업무 보고에서 육군이 해병대를 지휘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는 육군과 해군

해병대의 준4군 체제가 논의될 때면 육군과 해군은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바쁘다. 하지만 육군과 해군이 해병대의 독립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밥그릇 때문이다.
먼저 육군의 경우 수도군단이 해병대 2사단의 작전통제권 전환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약 해병대 2사단이 해병대 사령부의 통제를 받게 될 경우 수도군단 예하의 완편 상비 사단은 17사단만 남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과거처럼 다시 수도군단과 수방사의 통폐합이 논의 될 수 있고 그러면 육군의 3성 장군 지휘관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육군이 해병대 2사단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여기에 해군 역시 부대 규모 차원에서 해병대의 독립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현재 대한민국 해군은 해병대를 포함해 약 6만8천 명 수준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해병대가 분리될 경우 해군의 규모는 4만 명 수준으로 줄어드는데 이렇게 되면 약 6만4천 명 수준의 병력을 보유한 공군보다 부대 규모가 작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해병대 준4군 체제 또는 독립 문제가 거론될 때면 육군과 해군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의 해병대 발전 방안 필요

해병대의 준4군 체제 논의에 있어 또 다른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해병대 발전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 해병대는 ‘포스 디자인’을 통해 대규모 해병대 개편을 진행했다.
미 해병대는 모든 전차를 없애는 대신 분대 정원을 15명으로 늘렸으며 모든 인원의 개인 화기를 M27 IAR로 교체했다. 또한 경량화된 화력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이마스 도입을 3배로 증가하는 등의 개편이 진행되었다.
미 해병대가 이러한 개편을 진행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임무가 과거와 같은 대규모 상륙 작전보다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일대에서 여러 섬과 해안을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미 해병대의 전술 교리 변화와 개편이 대한민국 해병대의 작전 개념과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대규모 상륙 작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미 해병대를 그대로 답습하는 개편은 우리 군의 작전 계획과 맞지 않다.

다만 대한민국 해병대가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 해병대처럼 장기적인 안목에서 작전 계획과 전술 교리, 무장 체계를 다듬을 필요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되는 해병대 준4군 체제 개편에서는 해병대의 실질적인 전투력 강화를 위한 개편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에서 진정으로 해병대의 발전을 위한다면 4군 체제 또는 해병대 독립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해병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무기 체계와 지원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